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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지님의 출산후기

  • 관리자 (scheil)
  • 2015-03-28 17: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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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27살 초산맘 출산후기 

작성일:2014.07.29 09:13

 

7월18일 38주+4일 되는날 목요일, 병원에서 첫 산전요가수업을 듣고 첫 내진을 받았다. 이재승 원장님 말로는 아직 자궁문이 열릴 준비가 안되었다며, 진통이없을 경우 다음주에 다시 병원에 오라고 하셨다.

 

다음날 아침 느낌이 이상해서 화장실에 가보니, 속옷에 갈색 분비물이 묻어있었다. 그리고 화장실에 가니 생리 나오는 느낌으로 갈색 혈이 왈칵 쏟아졌다. 이게 바로 이슬인가? 남편에게 이야기하니, 남편이 매우 걱정했다. 단순 이슬이라면, 어짜피 바로 출산을 하는 건 아니니, 남편을 진정시키고 일단 회사에 출근 시켰다. 남편이 출근하고 나서, 이상한 마음에 인터넷으로 계속 검색을 해 보았다. 내진혈이라는 사람도 있고, 이슬이라는 사람도 있고... 갑자기 피곤이 몰려와 일단 한숨자자 라는 생각에 잠시 잠을 청했다. 한두시간 쯤 잤을까, 일어나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화장실에서 확인해 보니 아까보다 더 큰 피자국이 속옷에 선명히 남았고 침대에도 묻어있었다. 당황한 마음에 급히 병원에 전화해보니, 내진혈일수도 이슬일수도 있으나, 병원에 와야 정확한 체크가 가능하다고 했다. 간호사님께서 진통이 있냐고 물어봤으나, 그때까지 피가살짝 비친 것 빼고는 별다른 진통은 없었기에, 없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오후쯤 되자 생리통같이 아랫배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했다, 주기적이지는 않았지만 느낄수 있는 정도의 통증이였다. 드디어 회순이가 준비가 된건가? 직감적으로 느끼고 미뤄두었던 출산가방을 챙기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와중에도 피는 멈추지 않았다. 오전부터 생리패드를 5번정도를 갈았다. 그 날 때 보다는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응고된 갈색혈이 왈칵쏟아지기도 해 매우 걱정이 되었다. 남편에게 최대한 회사에서 최대한 일찍 퇴근하고 집으로 오라고 전화한 뒤, 불안한 마음에 계속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이슬이라면 피가 살짝만 비친다는데 왜 나는 이렇게 많이 나오는 걸까? 내진혈이라면 통증이 오지 않을텐데, 왜 배가 살짝아프지? 책도 뒤적뒤적, 인터넷도 뒤적뒤적, 그러던중 조기태반박리? 라는 무시무시한 증상명을 알게되었는데, 혹시 그것은 아닐지... 너무나도 걱정되는 것이었다. 긴가민가하는 마음에 다시 병원에 전화했는데, 간호사님은 그 증상일 경우 피가 더 많이 쏟아질거라고 혹시 불안하면 병원에 와서 진료를 받아보라고 말씀해주셨다. 무슨 고집이 갑자기 생겼는지, 항상 혼자 잘만 다니던 멀지도 않은 병원이였는데, 남편이랑 꼭 같이 가야만 할것같은 생각이들었다. 나머지 짐을 마저 챙겨놓고 미뤄두었던 빨래니 설거지니 집안일 마무리를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며, 남편을 기다렸다.

 

남편 직장은 생각보다 더 늦게 끝났고, 야속한 시간이 흘러 9시쯤이나 되서야 남편이 집으로 왔다. 그리고 바로 병원을 향했다. 바로 병원 분만실로 향했고 태동테스트기? 와 진통측정기?를 장착하였다. 약 30분가량 진통을 체크 하니 5분정도 간격으로 진통이 지속되고있었다. 하지만 참을수 있는 정도의 진통이였다. 간호사님이 내진을 하니 자궁문은 아직 1cm채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피는 이슬이며 사람들마다 이슬의 양이다르다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하셨다. 어쨌든 출산을 하기위해서는 자궁문이 10cm까지 열려야 되는데, 얼마나 더 고통스러워야되며 얼마나 더많은 시간이 필요한걸까? 그 후 이재승원장님이 오셨고 다음날 오전이 되기전까지는 촉진제등 약물로 출산을 할 수가없다고 하셨다. 일단 병원에 입원을 한 뒤 오전까지 기다리다 중간에 진행이 빨라 출산이 진행이 되면 출산을 하고, 아니면 오전에 진행을 하기로 했다.

 

저녁끼니를 거른지라, 배가 너무 고팠다. 음식은 12시까지만 먹을 수 있다고 간호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최후의 만찬인지라 처음으로 남편에게 스테이크를 먹고 싶다고 했는데, 11시가 다되가는 시간 스테이크를 어디서 먹을것인가! 남편은 미리 싸놓았던 가방을 가져오고 야밤에 스테이크?를 사오기 위해 떠났다.

 

11시 30분쯤 남편님께서 아웃백에서 겨우 사온 스테이크 런치박스로 최후의 만찬을 즐기고, 입원실에서 진통체크를 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12시를 넘어서면서부터 진통이 더 심해지기 시작했다. 생리통의 10배 정도 되는 진통이 였는데, 진통이 없을때는 멀쩡하다가도 한번 오기시작하면 몸이 베베 꼬이면서 그냥 앉아 있기도 힘들 지경이였다. 인터넷에서 진통을 가라앉히는 자세도 찾아보고 요가에서 배운 호흡도 시도하고, 별이별 시도를 다해봤지만 한번 진통님께서 찾아오시면 악하는 소리만 나올 뿐이였다. 진통은 계속 5분간격으로 진행이되었는데, 확실히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강도가 세졌다. 책을 찾아봤더니 자궁문이 다 열릴때까지 3단계로 진통이 나눠져서 온다더니, 나는 지금 내가 격는 진통이 2단계 진통쯤 되리라 믿었다. (그 정도로 진통이 심했다고 생각을 했다.) 혹시라도 밤새 진행이 너무빨라 5cm이상이되 오전에 무통주사를 맞을 수 없으면 어쩌나 하고 정말 괜한 걱정을 하기도 하였는데, 정말 괜한걱정이였다.

 

기다리던 7시 30분, 회순이를 빨리 볼수있다는 마음에 설레어서 분만실로 내려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 자궁문이 분명 4cm이상 열렸으며 이대로 조금만 더 진통하면 무통주사를 맞고 회순이를 만날 수 있을거라 생각을했으나, 그건 단순한 희망사항일 뿐이였다. 유선영원장님께 분만을 하기로 결정을하고 원장님께서 내진을 해주시는데, 자궁문이 어제보다 조금 더 열렸을 뿐 2cm도 채 안되게 열렸다고 하시는 것이였다. 왠 청천병력 같은 소식인가. 분명 지통이 올때는 바닥에 주저앉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는데 앞으로 4cm가 더 열려야 된다니. 내 작은 희망이 와장창 무너지는 순간이였다.

 

촉진제를 맞고 분만실에 누어 있는데, 진통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해지는게 아닌가. 이게 가장 큰 진통일거야, 라고 생각하는 순간 더 큰진통이 왔고, 더 더 큰 진통이왔다. 만약 내 인생의 진통에 기록이있다면, 계속되는 신기록 달성이였다. 나는 점점더 괴물로 변해갔고 전날밤의 괴물은 진짜 애기괴물이였다는걸 알 수 있었다. 진통도 계속 빨라졌구, 숨한번 고르고 소리지르고 숨한번 고르고 소리지르는 지경이였다. 어디서 들었는지, 소리지르면 태아한테 안좋다는 얘기가 생각나서 최대한 소리를 지르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으나, 참을 수 없는 고통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옆에있는 남편은 무슨죄인지 계속 쥐어뜯기고 맞고, 그래도 계속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는 남편에게 진심으로 고마웠다. 그렇게 고통의 시간은 흘러 11시 쯤, 친정부모님께서 걱정되셨는지 분만실로 찾아오셨다.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싫었던지라 나가라고 소리쳤다. 아빠에게 남편과 점심이라도 먹고 오라고 말하고 엄마랑 같이있었는데, 엄마앞에서도 여전히 난 괴물이였다. 너무 심한 고통에 뭐라도 쥐어뜯고싶은마음에 머리도 쥐어뜯고 손도 물어뜯고 소리를질렀다가 낮은음으로 포효했다가 울었다가 괜찮아를 외치며 자기 최면을 걸기도 하였다가 애꿋은 회순이 이름을 부르며 화내기도 했다. 엄마가 손을 잡아주며 다그런거다. 조금만 더 힘내라고 말하는데, 고통스러워하는 딸을 보며 엄마는 얼마나 속상할지...또 나를 낳을 때 엄마는 얼마나 아팠을지...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부모님은 다시 집으로 가고 남편이 다시 들어왔다. 무통무통을 외치는 내게 마취선생님께서 내 등에 바늘을 장착해주셨고, 나는 의사선생님께서 내진 들어오실때마다 작은 희망을 걸었지만 4cm의 길은 너무나 멀고도 험했다. 옆방에서는 나보다 늦게 입원했던 산모가 애기출산하고 나갔다는데, 왜이렇게 나는 진행이 늦는걸까... 내몸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그렇게 12시쯤 되었을까.. 3cm정도 자궁문이 열렸다고 하였다. 전날부터 계속 진통을 격었던 난 거이 탈진이 된상태였고, 의사선생님께서도 내가 너무 심하게 (다른사람들 보다 더) 고통스러워 한다는 걸 아셨는지 예정보다 조금 더 일찍 주사를 맞기로했다. 그렇게 무통주사가 혈관을 타고 들어오는데 허리부터 시원한 느낌이 오며 다리끝까지 찌릿찌릿한 느낌이들며 그 극심한 고통들이 거짓말 같이 조금씩 사라지는게 아닐까. 이게바로 남들이 말하던 무통천국인 것인가. 거이 30시간째 잠을 자지 못해 체력이 바닥이 나있더 내게 잠이란 사치까지 찾아올정도로 무통천국은 그렇게 고요했다. 1시간에 1cm씩, 혹시라도 진행이 더늦어질경우는 중간에 수술을 해야 할수도 있다고 들었다. 6시이전까지는 회순이가 꼭 나와야될텐데.. 그렇게 잠시 잠이 들었다. 옆에있던 오빠도 지쳤는지 잠에들고 1시간남짓 지났을까, 잠에서 깨고 중간중간 배가 당기는 느낌은 들었으나, 아프지는 않았다. 시간이 흐르자 이제는 무통 후의 시간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주사를 계속 맞으면 힘을 줄수가 없어 진행이 더뎌져 8cm 자궁문이 열리게 되면 마취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3cm까지도 죽을힘으로 왔는데, 어떻게 8,9,10cm를 견뎌낼지, 게다가 중간고통이 없이 갑작스럽게 맞이해야만 하는 8cm의 시간이 너무나 두렵게 느껴졌다.

 

3시쯤 되자 갑자기 무통에도 불구하고 배가 다시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오전에비하면 참을수 있는 고통이 였다. 진통이 올 때 마다 복식호흡을 하며 진통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간호사선생님이 오셔서 내진을 하더시니 깜짝 놀래시는게 아닌가, 10cm가 다 열렸고 애기가 나올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셨다. 설레였다. 분만대는 변신을 시작하였고 제모도 하였다. 의사선생님께서 들어오셨고 초록색 천이 덮혀졌다. 이제는 힘주기만 남았다고 했다. 진통이오면 힘을 주면 된다고 했다. 진통은 1분 간격으로 찾아왔고 그때마다 있는 힘 없는 힘 죽을힘까지 다했다. 회음부 절개를 하고 항문쪽으로 무언가 묵직한게 내려앉은 느낌이 들었고 계속 힘을 줬다. 힘주었다 호흡했다를 몇 번을 반복하고. 마지막으로 크게 힘을 한번주고 또주고 마지막 힘을줬다. 아래쪽에서 뭔가 쑤욱하는 느낌이 들었고 빵빵했던 내 배또한 쑤욱 들어갔다. 그리고 들리는 울음소리. 드디어 회순이가 태어났다. 회순이도 울고 나도 울고 옆에 있던 남편도 울었다. 남편이 떨리는 손으로 직접 회순이의 탯줄을 잘랐다. 건강하고 예쁜 여자아이다. 회순이는 울음이 끄쳤고 내옆에 놓여졌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오만감정이 다 들었다. 10개월동안 내뱃속에 있던 새생명이 내옆에 이렇게 마주하고 누어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경이로운 순간이였다. 회순이가 아빠한테 안기더니 앙 하고 운다. 남편도 너무나 행복해 했다.

 

감동에 취해있는동안 후처치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마취도 아직 덜 깨어있는 상태라 아무것도 아프지 않았다. 뱃속에 남아있던 태반을 꺼냈고 회음부도 다시 봉합하였다. 그리고 회순이가 씻고 다시 들어왔다. 이아이가 내 딸이라는 게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회순이를 보고있으니 눈물도 웃음도 난다. 울다가 웃어는 보고 웃다가 울어도 봤는데, 웃으면서 울어보기는 처음이다. 회순이는 신생아실로 가고 나도 다시 입원실로 휠체어를 타고 올라갔다. 7월19일 3시 24분 그렇게 회순이가 세상에 태어났다.

 

회순이를 건강하게 출산할수 있게 도와준 유선영원장님과 제일산부인과 간호사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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